의사 결정의 세부 원칙

최종적인 의사 결정의 대원칙은 세워졌지만 삼성종합기술원이 추구하는 연구의 방향에 대한 세부 원칙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번째 원칙을 발표했습니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수행해야 할 연구 프로젝트의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한것입니다. 이런 연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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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세상에서 유일무이absolutely unique 하고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연구라면 얼마든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분야의 연구라면 그런 연구는 지속시켜야 합니다. 제 표현대로 하자면 ‘아직 존재하지 않고, 아직 가질 수 없는 not available and not accessible 기술’에 대한 연구라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기술을 연구를 통해 개발 할 수 있다면 회사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당연히 이런 연구는 지속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 지원될 수 있는 연구는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available and not accessible’ 기술입니다. 이것은 외부 회사(주로 단일 회사가 독점하는 기술)로부터 구매할 수는 있으나 우리의 운명이 그 회사의 결정이나 방향에 좌지우지되는 기술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그들에게 맡겨놓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기술은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연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지금 존재하고 있고,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available and accessible’ 기술에 대한 연구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기존 기술보다 월등하게 뛰어나서 기존 제품이나 기술을 대체replace할 수 있다면, 그 연구는 지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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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제가 제시했던 삼성종합기술원이 추구할 연구의 기본 방향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대원칙과 소원칙을 세운 다음 삼성종합기술원의 구성원들과 공유했습니다. 제품 개발과 서비스 향상에 도움을 주지 않는 연구는 중단시킨다는 대원칙과 지속적으로 후원할 연구의 세 가지 방향을 소원칙으로 제시하자, 그 원칙에 따라 한 달 만에 불필요했던 연구들을 모두 중단시킬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전까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연구되고 있던 주제는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바이오(생명과학)나 케미컬(화학)쪽의 연구는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하기조차 힘든 연구 분야였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불필요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도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최종 의사 결정의 근본 원칙이 세워졌고, 그 기준에 따라 의사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삼성종합기술원을 정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그동안 연구실에만 머물어 있던 기백 명의 연구원들을 현장으로 전환 배치시키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저항하는 연구원도 있었지만 회사 측의 판단이 운영의 합리화와 연구원들의 미래 성장 쪽에 맞추어져 있었고, 프로젝트가 축소되어도 다른 계열 회사들이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종합적인 예측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과감한 정리를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때론 현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안락한 연구소에서 일하는 게 체질에 맞는다면 하소연하는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연구원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면 소대장으로 배치도 받고 야전에서도 일하고 해서 장군이 되어야지, 왜 자네는 육군사관학교에서 교관만 하려고 해? 교관을 하더라도 전방에서 좀 근무해보고 다시 오면 더 좋은 교관이 되지 않을까?”
비유적으로 한 말이었지만 사실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 연구원은 제 말에 수긍을 하고 현장으로 떠났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대부분 각 부서에서 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 넘을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초격자, 권오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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